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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수요일 오전,

생산디자인공학과
3,4학년 학생들은 오늘 오후 4시 공학 115
호로 모여주시기 바
랍니다.

위와 같은 문자가 도착했다.


1.
한 시 수업이 두 시반에 끝나고 공학관으로 향했다.
시간이 남아 친구들과 공학관 밖에서 앉아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의 주제는 "6월2일 투표와 하충열이란 인간에 대해서" 였다.
27분 토론은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났다.
다만 '하충열이란 놈은 잘난척 하는 놈이다'라는 시민논객의 발언뿐.

삐져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강의실로 간다.
할일을 하다 네 시가 되어 특강 장소로 갔다.

2.
"안녕하세요, 형"

3학년 친구들이 인사했다. 자세히 보니 4학년 친구들도 다들 미리 와 있었다.

간담회 하는거 때문에 모인다는데 강의실의 의자랑 책상은 간담회에 어울리는 배치가 아니다.

적어도 다들 얼굴을 서로 마주 보게는 해야겠다 싶어서 3학년과 함께 자리 배치를 한다.

3.
"오늘 여러분들을 이자리에 모이라고 한건..."



네 시가 조금 넘어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오늘 간담회의 주된 주제는 "취업"이지만, 사실 친근하게 학생들의 고충을 교수님들과 공유하는 자리이다.

참석하신 네 분의 교수님들은 모두 평소 학생들 취업에 큰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이다.

제일 먼저 학과장님께서 인사말을 하시고 나머지 세 분의 교수님들께서 돌아 가면서 말씀 하신다.

그 다음 학생들이 돌아가며 학년과 이름을 말씀드린다.

(그리고는 조금 정적의 시간이....)

이런 간담회 시간이 아직은 학생들에게 많이 낯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같다.

4.
"실력이란 무엇입니까?"



학과장님이 질문하고 싶은게 있냐고 물으신다.

다들 고개를 숙인다.

주변을 살펴보니 간담회 시작 28분 만에 이대로 학과간담회가 끝날 분위기다.

내가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질문했다.

"기업에 취업하신 선배님들이나 기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입이 되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교육받는다"라고 공통적으로...(중략)...  제가 여쭙고 싶은 질문은, xx교수님께서는, 교수님이 평소에 말씀 하시는 "대학생들의 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궁금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나는 한 교수님의 이념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었다. 내가 여태 공부하고 보와온 대학에서 학생들의 실력은 인성, 자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분은 실력을 말 그대로의 "실력", 즉 포트폴리오(산업디자인에서 자신의 작품을 모와 보여주는 것)라고 말씀 하시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 포트폴리오란 용어도 마찬가지겠거니와, 우리가 겸비해야할 실력이 기존의 산업디자인학과에 비해 뭐가 크게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품의 컨셉을 잡고, 디자인(설계)하고, 디자인에 타당성을 제시하기 위해 실험(Mock-up제작과 같은 당위성?)을 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산업디자인 아닌가?

'나는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손으로도 그려보고, 실제 모양을 만들어 보고 실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 해보니, 이런 모양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수정한 모양을 만들어 보았고, 그걸 다시 컴퓨터에서 3차원 모델링하여 렌더링을 해 보았습니다.' 라는 포트폴리오

나는 언제부턴가 '생산디자인공학이 산업디자인과 차별화 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너희들은 공대에 있으니깐 실험을 할 수 있고, 그리하여 디자인의 당위성을 드높힌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실험"은 사실 어떠한 연구를 위한 실험 수준이 되질 못한다. 교수님은 알고 계실까?

난 이 "실력"에만 목 매기 위해 내 대학 생활을 소비 하고 싶지 않고 대학을 직업훈련소로 생각하긴 더더욱 싫었다.

내 질문에 대한 교수님 몇분의 답변이 끝나고 또 어색한 시간이 돌아왔다.


5.
"앞으로 자주 이런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교수님 여러분이 돌아가며 말씀을 하시다 보니 어느새 시간도 훌쩍 다섯시가 되었다.

아쉽지만 3,4학년 위주로 모여 진행된 첫 간담회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3학년 학생들의 경우는 대 부분 조용히 경청만 하였고, 그나마 4학년 친구 한 명이 더 질문한 거 빼고는

교수님들만 말씀 하시는 간담회였다.

99.
22세기가 생각하는 학생들이 해야 할일, "소통과 독립심"


"소통"이 어떤 집단을 원활하게 돌아 가게 하는 촉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의 간담회는 정말 좋은 자리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다 같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여쭙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조용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만약 학생들은 언제라도 학교를 다니고 학과에서 공부를 하며 의문이 나는 점이 있으면 우선 제일 먼저 스스로 물어보고,

꼭 다른 사람들-예를 들어 교수님이나 기업 종사자-에게 물어 보아 취업에 길을 스스로 찾아 갔으면 한다.

그래야 고3때처럼 성적과 담임선생님 추천에만 의지하여 대학에 간후 방황 하는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

대학에서 이미 최종 목표는 졸업에서 취업으로 바뀌었으니 학생들은 4학년이 되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고민이라고 하면 '난 여태 4년을 이렇게저렇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맞는 기업은 어디일까?' 정도 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날 알아서 취업시켜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정말 큰 오산일 것이다.

스스로 찾아서 간 기업에 취업을 한게 아니라면 일을 하다가도 힘들다면 얼마든지 그만 둘 핑계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회사는 월급도 적고 나하곤 맞지 않아!'라고 이야기할테니깐 말이다.

월급이 적건 많건 간에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야, 하고 싶은 일을 할 가능성도 커지고, 힘들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최소한 '남 탓'하며 그 만둘 수가 없게 된다.

절대 취업 후 남탓을 해서도 안될 것이고,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갈 수 있는 기업을 찾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겠다.



끝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의 대사를 읊어보며 끝내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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