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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주대학교 취업 성공 수기는 결코 영웅담이나 전설과 같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글에서는 특별히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을 입사한다든지 고시(또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서 고생 끝에 합격하는 것과 같은 멋들어진 이야기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나의 평범했던 대학 생활의 종지부를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앞으로 그들이 세울 계획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한다.

2011720일 진천에서

전주대학교 졸업생 하충열


0. 프롤로그


나 하충열은 고집이 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싫어라고 말 하는 고집.

분명 이런 성격이 대학생활이나 더욱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힘든 타입이라고 생각하여 걱정해주는 주변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왜 고등학교 시절 너희들 열심히 해서 모두 서울대 가라고 말씀하셨던 한 도덕선생님과 격분의 토론을 했어야 했는지가 이해된다면 내 고집도 이해 될 것이다.


1. 모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 되었다.


대학 3학년 전공 수업시간, 우연히 한 회사의 영상을 보게 된다. 다른 학생들은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던 것을 찾았다고 느꼈다, 그리곤 속으로 외쳤다.


유레카! 바로 이 회사야.’


짧은 회사 소개 영상에 수업 내내 무언가에 홀려 흥분되었던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회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수업시간에 그 영상을 보여주신 교수님께 찾아갔다. 교수님께서는 사실 자신은 잘 모르는 회사고, 수업시간에 자료차원에서 보여준 회사였는데 내가 그렇게 까지 관심이 있다면 회사에 연락을 하여 좀 알아봐 주신다 하였다.

나는 교수님께 그렇게 해주십사 부탁 드렸다. 그리고 말씀 드렸다. 내친김에 회사 견학 좀 하게 해달라고.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던 10월 어느 가을 날, 나는 충북 진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에버다임(Everdigm)

그곳이 나의 목적지였다.

멋들어지게 영문으로 된 회사 이름도 나의 관심을 끌었지만 무엇보다도 회사의 비전이 나에게 와 닿았.


Build the Future!


단순히 번역하자면 미래를 건설하라정도로 번역 될 이 문장은 깊은 뜻이 있어 보였다.

내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혹시나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해 회사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에버다임은 건설기계를 제조해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회사이다. 건설기계라 하면, 콘크리트펌프트럭, 타워크레인과 같은 장비를 말한다. 중소기업이라고는 해도 직원이 300여명이 되고, 설계에서 제조, 품질경영, 수출 등, 내가 배우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한 곳에서 하고 있는 작지만 큰회사였다.


회사에 도착하여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유압기계개발팀 (지금은 상무가 되신) 임종혁 이사를 만났다.

평일이라 바쁘실 텐데 멀리서 온 전주대학교 학생2명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에 주셨다.

우선 나는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여쭈어 보았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의 사업비전과 전망성, 그리고 내가 회사와 “Give and Take” 할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보았다.

임종혁 이사님께서 회사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주셨다. 회사 연혁은 물론이거니와 현 사장님의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작지만 큰 기업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회사는 정말 대단했다. 근로 조건이 대기업과 같진 않겠지만 모든 시스템은 대기업을 향해 성장해 가는 회사였고, 회사의 임원들의 마인드도 굉장히 수평적이고 개방적이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나중에 회사에 들어와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장비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물론 사장님에게 사업 확장이란 수익성이겠지만 말이다. 웃음)

회사 내의 연구개발팀 분위기도 보고, 회사 내의공장들도 돌아다니며 눈 여겨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계와 제작, 조립, 품질 검수, 수출 등과 같은 모든 일을 2만평이 조금 넘는 회사한 곳에서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꼭 여길 와야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쉽지만 에버다임에서의 첫 2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몇 장의 사진만 남기며 전주로 돌아 와야 했다.


<에버다임 본관 앞에서 찍은 나, 2009>


<임종혁 상무와 나, 2009>

2. ‘인연이 되기 위해 ‘2을 기다린 남자


진천에서 돌아온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후 특별히 꾸준히 에버다임과 교류한 건 없었다.

회사의 인턴십 같은 제도도 졸업자만 해당되는 사항 이랬고, 무엇보다 학교에 돌아오면 역시 학생이 되어버리니깐 학교생활에 다시 금 익숙해져갔다.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이 되었다. 현실적으로 취업이 가장 와 닿아야 할 시기에 도래했다.

주변 동기들은 하나 둘씩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잘 되었고, 어느 새 나도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졸업을 하게 된다. 물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체.


그래서 현실은 더욱 잔혹했다.

학생의 신분을 벗자마자 내겐 일반인, 거기에 취업을 못해 “”미취업자라고 꼬리말이 붙여졌다.

난 단지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기다리는 중일뿐이었는데 말이다.

학교에서 취업조사를 할 때마다 괜스레 취업평균율을 깎게 된 거 같아 죄책감은 조금 들었다.

하지만 학교의 취업률이나 남들의 이목을 위해 아무 회사에나 지원 할 수 없었다. 내 손으로 직접 고른 회사를 포기 할 순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3월이 지나고, 4월도 지나갔다.

주변에서 추천하던 좋은 취업 자리 다 마다하고 한 회사만 줄기차게 기다리던 내가 혹시 잘못 된 방법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취업에 관하여 바뀌지 않는 한 가지 신념 같은 것이 있었다.


취업은 스펙이란 점수에 따라 정해져 가는게 아니라고. 남들의 기준이 아닌 단순히 내 기준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오래 일 하고 싶고, 많은 걸 배워갈 수 있는 회사를 적어도 미리학생 때 찾아내야 한다고.

나는 우연히 그걸 남들보다 조금 일찍 찾아내었고 크게 걱정도 하지 않은 체 믿고 있었다.


5월도 마저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지만, 인터넷 취업정보 포털에 가입해 두었던 내게 좋은 소식이 전해왔다.

에버다임의 채용 공고 안내라는 제목의 e메일이 온 것이다.


정확히는 17개월.

대학졸업 하고는 3개월.


드디어 내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 생의 첫 번째 회사면접이자 마지막 면접이 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면접 날짜가 정해졌고, 면접 당일 건설기계특장사업부개발팀 신한수 이사와 단독 면접을 보았다.

이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는 제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는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나도 학생 때 한 번은 방문한 회사여서 서로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난 에버다임에서 일 하고 싶었고, 그는 날 채용하고 싶다 했다. , 설계팀은오래 함께 일 할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인연이 되기 위해 2년을 기다린 회사에 지금 와있습니다. 앞으로 오래 뵐 수 있을 것입니다.”


3. 미래를 함께 만들 사람들과의 만남


620일 첫 출근, 무진장 설렜다.


내가 일하게 될 곳은 어떤 분위기 일까?’, ‘어떤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게 될까?’


사회인들의 고충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인데 그게 사실 마음에 쓰였다. 주변에서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많이 듣는 불평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상사와의 트러블이었다. 솔직히 회사의 미래와 비전이 좋아서 왔지만 사람 때문에 적응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했다.


첫 날. 신입사원 신고식으로 회사의 곳 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면서 아버지께 들은 말씀도 바로 인사와 관련된 말이었다.


인사 잘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속한 부서는 콘크리트 펌프 트럭 설계부서지만 조립공장과 자재관리팀, 품질검사팀 등을 돌며 대략 30분도 체 안 되어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나를 알렸다.

물론 주마등처럼 지나가버린 그 30분 안에 내가 기억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회사에서 계속 인사하며 날 알아줄 사람을 100명 알게 되었다.


입사 몇 주 동안은 현장에서 실습을 하였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내가 속한 부서(설계)가 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무실에서 편히 컴퓨터로만 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항상 겸손해져야 한다고 들었다. 난 학벌이나 하는 일을 떠나 모두의 목표는 같으니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2주 동안 일하며 많은 분들에게 나를 알리고 그 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내 본업인 설계 업무가 시작되어도 계속 그분들과 협력을 해야 하기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되는 게 우선이었다.



<현장 실습 중인 나>


회사에 입사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회사 창립기념일이 다가와서 워크샾이 열렸다.

이런 날 또 신입사원이 해야 하는 역할은 비장하리만큼 중요했다.

무엇보다 나를 알리며 적극적으로 많은 행사에 참여 하는 것.

워크샾 첫날 특강과 사장님의 상반기 사업보고도 듣고 둘째 날에는 회사 직원들의 단결심을 운동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속한 2조를 열심히 이끌어 종합 우승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도 되었고, 운이 좋게 경품 추첨에도 당첨되어 상품도 타게 되었다.

정말 인연인건 내가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첨을 하신 분은 내게 처음 이 회사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주신 임종혁 상무였다.



<임종혁 상무와 나, 2011년 워크샾에서>


워크샾 이후로 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몇 년은 학생이었던 나에게 회사와 같은 조직에 익숙해지는 건 아직도 시간 문제인 듯 싶다. 나의 선임이 되는 과장님은 나를 누구보다도 엄하게 대하신다. 하지만 그건 내가 우려했던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악감정이 아닌 내가 하루 빨리 업무에 적응하여 앞으로 높을 곳 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하려는 과장님의 배려라는 것을 알 고 있다.

매일 같이 행동 하나 말 거지 하나 지적당하며 때론 분하기도 하지만 나는 처음으론가 누군가 나를 위해 쓴 소리를 하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첫 명함이 나오고 그걸 팀원들에게 한 장씩 드렸다. 마지막으로 이사님에게도 명함을 드리니 이사님이 자신의 명함도 한 장 주시며, “하충열씨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내 명함에서 내 이름을 지우고 하충열이라는 이름을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 하셨다. 울컥했다. 신입사원인 내게 원대한 계획이 생긴 것이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나의 회사.

마찬가지로 서울대는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모교 전주대학교.


이 둘의 공통점은 일류가 아니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나는 나로 하여금 회사나 모교가 성장하는데도 앞 장 설 것이며, 그 진심이 내 작지만 강한 취업 수기를 통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미래는 내가 만들어 나갈 것이다.”


. 에필로그


나는 이제 입사 4주가 갓 넘은 사회인이다.

어떤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졸업 후 첫 직장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 걸리는 데 무려 입사 후 1주일 밖에 안 걸렸다고 응답한 사람이 50%가 넘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거의 80%를 넘는 사람이 최대 1달 안에 환상이 깨졌다. 재미있는 통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 환상이 깨졌는지 궁금한가?

자신이 사랑해서 결혼한 이성의 방귀와 같은 생리현상에도 환상이란 것은 깨지겠지?

그건 전적으로 이성에 대해 바라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취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연봉? 복지? 휴가? 업무시간?

너무 바라는 것이 많으니깐 이상이 되고, 현실에 사는 이들에게 그건 쉽사리 깨지고 마는 것이다.


겸손한 사람이 자신을 지칭해 나는 겸손해라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오류는 지금의 많은 친구들이 너무 조건에만 드리워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찾아보길 바란다.

4학년이라면 조금 늦었을 것이다. 3학년이라면 아슬아슬 하다. 하지만 나는 3학년 때 시도했다.

많은 학생들이 1,2 학년 때부터 자신의 장점과 관심분야 그리고 그걸 좋게 봐줄 회사를 찾길 바라며, 마침.


- 2011720, 전주대학교 졸업생 하충열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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