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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디자인잡 지에서 대표작품으 로 수 차례 소개된 이상진씨의 책갈피 조명.

'밀라노가구박람회', '파리 메종 오브제' 등과 함께 최고로 꼽히는 디자인행사인 영국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08'이 지난 13~23일 열렸다. 페스티벌 기간, 런던의 통행증은 마치 '디자인' 같았다. '100% 디자인', '디자이너스 블록', '텐트 런던' 등 도시 곳곳에서 열린 주요 행사장은 'DESIGN'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출입증을 단 수만명의 관람객으로 북적거렸다.

이번 전시회가 각별한 건 그간 삼성, LG 등 대기업의 이름에 가려 있었던 '한국 디자인'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50여명의 한국 신진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축제'를 '우리의 축제'로 만들었다.


사람 손 발 모양 못.

코리아 디자인, 변방에서 중심으로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국관을 꼭 한번 둘러보고 경각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 그들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했으면 해요."

지 난 17일 얼스코트(Earl's court)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100% 디자인' 개막식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Dixon)은 전 세계에서 온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100% 디자인전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중 열리는 다양한 행사 중 최대 규모의 박람회. 올해 톰 딕슨은 이 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전체적인 콘셉트와 인테리어 방향을 정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언급한 것만으로 한국 관계자들은 흥분했다.

올해 100% 디자인전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한국관을 만들어 17명의 차세대 디자이너와 9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 업체나 디자이너가 개별 부스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코리아 디자인'이라는 브랜드 아래 결속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관 옆에는 서울시의 '세계디자인수도 홍보관'도 설치됐다.

같 은 기간 코벤트 가든에서 열린 디자이너스 블록에서도 한국은 빛났다. 젊은 작가들의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이 전시엔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지원으로 '서울 영 디자이너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스티로폼을 활용해 만든 이색적인 공간 안에 신진 디자이너 16명의 작품이 유기적으로 전시돼 호평 받았다. 트루먼 브루어리에서 열린 '텐트 런던'전에는 디자인문화재단 후원으로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열렸다.

조립에 따라 시소, 소파로 변신

디자인 제너레이션이 떴다

'양'도 양이지만 질적으로 관심을 끌어냈다. 21일 100% 디자인전에 참여한 한국디자이너 안대경씨 부스에 이탈리아 'CNBC 클라스' 방송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안씨는 간단히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레몬짜개와 등받이 형태가 변하는 의자, 고무줄 칸막이 책꽂이 등을 전시했다. 이 방송국의 베네데타 브레비니 PD는 "톰 딕슨, 매튜 힐튼 등 대표작가만 인터뷰했다. 안씨는 영 디자이너 대표로 내보낼 예정"이라며 "그의 아이디어는 천재적"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등받이를 없앤 형태의 '유니버설 토일렛'(김창덕), 책을 보다가 꽂으면 집 모양 스탠드가 되는 조명(이상진), 기타 모양의 아이팟 오디오(조홍래) 등은 주요 디자인 잡지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성용씨의 물에 뜨는 국자는 디자인 비평가들 사이에서 최대 히트작으로 회자됐다. 서울, 로마 등 주요도시의 거리를 나무로 형상화한 이장섭씨의 조명도 인기를 끌었다. 김황씨가 만든 노숙자를 위한 조립형 박스는 "디자인이 너무 좋아 노숙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매스컴을 몰고 다니는 VIP인 노르웨이의 메테-마릿 왕세자비가 한국관을 방문한 것도 '사건'이었다. 디자인진흥원 맹은주 팀장은 "자신감 넘치고 끼와 아이디어를 겸비한 '디자인 제너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발을 내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에 뜨는 국자.

첫 술에 배부르랴

그러나 시작이 좋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캐서린 맥더멋(McDermott) 킹스턴대 디자인큐레이팅과 교수는 "한국 디자인에 대한 유럽인의 이해는 백지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코리아 디자인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자기 집 인테리어를 위해 디자이너스 블록에 참여한 한국 작가 이에스더씨의 작품을 몇 개나 샀다고 했다. 무한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동시 탑재하고 있는 코리아 디자인의 순항을 위해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런던은 말하고 있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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