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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할머니 댁에서 콩 수확을 하고 힘들 몸을 끌며 차에 오르는데 할머니 외치신다.
"다음주에 할 일 많으니껜, 또 와야혀!", "네..ㅠ"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교회갔다가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좀 잤다. 한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시골에 갈 준비를 하고는, 아버지 차를 타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모임에 모셔다 드리고, 시골에 도착한 시각은 거의 4시 반.


오자마자 할머니 말씀 하신다. "해 떨어 지기 숸에 일해야 할께롱, 빨리 밭에 가봐.", 나는 '네~" 하고 뛰어 가봤다.

(할머니가 끌고 다니시는 유모차. 이미 쓰임은 유모차로써 0점 이지만,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끌고 다니기에는 100점인 자가용. '진짜 할머니는 저걸 자가용이라고 부르신다.')



지난주에 베어다 놓은 콩. 할머니가 전부 털어 내셨다. 와우 한 가마니가 넘는 단다. (옆에 더 있음.)

아직도 근신중인 강아지.

이게 오늘 할 일이다. 할머니가 깨를 베어내시고 남은 밑둥을 뽑아내 또 그 자리에 마늘을 심으 신다고 저걸 다 뽑아야 했다.

비단 뽑기만 하는게 아니라 뿌리에 남아 있는 흙을 다 털어 내줘야 한다. 이게 보기 보다 무겁다.

차곡차곡 쌓이는 뿌리들.

마지막 두렁이다.

마지막인줄 알았다니, 뒷 쪽에 있는 고구마순도 다 베어내야 했다. 그리고 그 옆에 베어내고 남은 깨 줄기가 더 있다.

완전 흙 먼지를 뒤집어 쓴거다.

다 뽑아 가는데...벌써 날이 어두워 졌다.

한쪽에서는 마른 줄기들을 태우고 있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쟁기 + 마스크.

할머니는 집 밖에서 콩껍질을 태우고 계신다.

초등학교 모임 끝난 아빠도 후배들이 차로 태워다 줘서 할머니댁에 오셨다. 일 다 끝나고. ㅡ_ㅡ;

올해부터는 홀로 지내시는 할머니.


할머니가 가기 전에 또 용돈을 쓰라며 돈을 주셨다.
두번 거절 후에 받아주는 손자의 미덕...이 아니라, '할머니 꼭 5배로 나중에 드릴께요.'

일 끝나고 또 차에 오르는데, 할머니 말씀 하신다.
"아직 일 할거 많응게 다음 주 또 와야혀.", "네...ㅜ"

집에 와서 시원하게 샤워했다. 땀빼고 먹는 저녁이란..후훗;

2008/10/12 - [특별한 하루] - [가을] 콩 수확 거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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