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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지난 금요일 오후의 전주대학교 공학관앞 풍경


금요일 오전, 수업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금요일 오전 10시 반 수업은 항상 20분 늦게 시작해서 10분 먼저 끝난다. 결국 1시간 반 짜리 수업은 1시간용 강의...ㅋ)
하지만 오늘은 설레인다. 왜냐하면 멘티(mentee, 조언을 받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오후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한 날!

공대 1층 엘리베이터에서 신나게 기다리는 중... 한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충열이형..악..저 오늘 학교 못갔어요어제모임에서 술좀샜더니...ㅠ지금인나서...흑..이렇게 될줄은...죄송해요..ㅠ

흠...익산에 살고 있는 문석이..요녀석..전날 술을 샜구나..ㅋ 원래 꼭 만나기로 했는데 이런이런...

그 다음 또 두 다른 명의 친구들(동원,세진)은 군대신체검사보건소를 가야 하는 이유로 첫 모임을 참석 하지 못한댄다...흑
하지만, 오늘 점심을 내가 사주기로 했었으니 3명분의 점심값이 굳었다는 것을 식당에 가서야 생각내 우울한 생각은 조금 가셨다.ㅋㅋ (얘들아 미안,,ㅋㅋ 못온건 너희잖니?ㅋ)

이렇게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익산에서 온 남성고 출신 태주와 19살의 신입생 종민이, 그리고 아중리 범준이가 1,2,3 등의 순으로 도착했다.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한 잔씩 먹이고 대화의 물고를 텄다.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요', '빕스요'와 같은 개념찬 발언이 나올걸 조금이나마 예상 했던 나는
일단 우리 학교 스타타워(新기숙사)에서 점심 밥을 먹기로 했다.
금요일이라서 학교에 행사가 있었는지, 외부 손님들이 식당에 많이 계셨고, 덕분에 우리는 한 10분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어떤 이모님께서 남는 식권을 '무려' 두 장이나 선뜻 주셔서 덕분에 오늘 점심값은 톡톡히 굳었다...^^ㅋㅋㅋ)

쑥스럼이 많은 태주(左)와 쑥스러움이 뭔지 모른는 종민(右)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
주로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게 했다.
그러자, 범준이가 장학금과 학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밥을 먹으면서 다 이야기 해주면 애들 채 할 것 같아서 적당히
"장학금은 공부 잘해야 되고 우리학과는 좋아"라고 둘러댔다. 왜냐하면 내가 멘토로서 해주고 싶은 것은 그런 2,3학년도 말 해 줄수 있는 정보전달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형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했어요?'라는 질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끝났다. 이미 우리가 들어 올때 400여석을 다 차지 하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네 명으로 줄어 들어 있었다.

"학교 식당 좋지? 다음에는 친구들끼리 또와라.ㅋ"



아이들과 식당을 나와 근처 수퍼에 들러 후식(앙스크림)까지 사줬다. ㅋ
점심 먹으면서 학교를 거닐기로 약속했으니 일단 학교 분수대로 향해 걸었다. 주변을 보니 시끌벅적하고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소풍이라도 온걸까.
분수대 가까이는 커플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너무 활발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분수대 근처에 그늘이 조용하게 진 벤치에 아이들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이 먼저 내 이야기를 자랑처럼 할께, 다음은 너희들도 자기 소개를 자랑하듯이 해줘!"

난, 내가 어려서 레고를 좋아 하던 것, 초등학교때도 유난히 만드는걸 좋아 했던 것,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것, 그리고 전주대 생산디자인공학과에 온것을 자랑했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 너 잘 났다.', '와 대단하다!'였을까.
아무튼, 다음은 아이들의 차례였다.

첫번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며 기술을 배우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검정고시를 보고 우리학과에 온 종민이. 정이 가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자꾸 뭘 사달랜다.ㅋ 그리고 이녀석은 무슨 운동이든지 잘 한다고 지 입으로 말한다. 촐삭이..ㅋ

두번째는 아중리 범준이. 내가 아중리라는 칭호를 붙힌 이유는, 내가 멘토링모임을 1학년 아이들이 수업이 없는 금요일에 전주대에서 갖자고 하자 범준이가 자기 집이 아중리라서 전주대 까지는 오가는데 2시간이 걸린다고 '조용한 압박'을 보내온 탓이기도 하지만, '아중리 범준이'라는 어감이 좋아서' 이기도 하다. (근데 난 범준이의 이름을 왜 계속 '범석이'라고 헷갈리는 걸까.)
범준이는 중학교때 여성을 기피했단다. 물론 지금 범준이를 한 번이라도 본 상태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훗, 거짓말' 이라는 반응을 할테지만, 정말 그랬단다. 왜냐하면 남중을 다녔기 때문이라나 뭐라나...ㅋㅋ 그리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고는 조금 방황을 했단다. 하지만 고등학교 후반이 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단다. 물론 그때는 이미 여성 기피증도 사라진 상태. 그리고 마침내 우리 학과를 들어오게 되었다. 왜냐, 범준이도 어려서부터 레고도 좋아 했고, 만드는 것을 좋아 하기 때문이다. 아참, 종민이는 과학상자를 좋아했다고 했다.

세번째 친구는 익산의 명문 남성고 출신의 나의 자랑스런 후배(?!) 태주. 태주는 내성향적이다. 말 수가 적다.
하지만 또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서는 나랑 가장 많은 호감도를 나타낸 친구이다. 사실 태주는 우리학과에 올 생각은 없었다.
수능시험에서 어쩔 수 없이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지 못하게 되었고, 전북대 반도체 학과를 생각했지만, 전주대 추가지원으로 우리학과를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당장 학과선배로서가 아닌 그냥 '한 대학의 선배'로서 태주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 너가 원하는 곳으로 나중에 전과나 편입도 꼭 생각하라구. 하지만 태주의 이야기도 계속 들어 보니 역시 태주에게도 무언가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가 숨어 있는 것을 프로파일링 해낼 수 있었다. (어?)

아무튼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려주고 참 좋은 선배 노릇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 갑자기 늘어난 인파(소풍나온 고등학생) 때문에 더이상 우리가 있던 곳에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제2차 자리이동을 강행하기로 했다.
두 번째 장소는, 나도 1학년때 이후로는 별로 가본적이 없는 천잠관 잔디밭. 여기는 정말 좋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공대생들은 전혀 알리 없는 신성한 장소이다. (공대에서 천잠관은 무려 42.195kmㅋㅋ)
1학년때 오전8시 반 일본어회화 수업을 위해 지나다니던 길을, 언젠가는 꼭 와서 놀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다.



잔디밭에는 이미 다른 학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공놀이며 장기자랑을 하며 놀고 있었다. 애들한테 "우리도 가서 껴달랠까?"라고 했지만 의외로 이럴때 애들은 소심하더라.ㅋ

오늘 공대에서 나중에 보려고 pick-up했던 전주대 신문(매주 목요일 발행)을 한장씩 사이좋게 나눠 가진 뒤 잔디밭에 털석 앉았다. 사진은, 자신은 찍히지 않겠다며, 종민이가 찍어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앉아서 본격적으로 '대학교'라는 것을 해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즉, 나의 멘토링이 시작되었다는 말.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애들한테 전했다. 우리가 사회에서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며 들어오게 되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오늘날 대학의 기능이 우리의 교양과 철학을 위해서가아닌 단순한 스펙양성소로 전락해 버린 현실까지 낱낱이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순적으로나마 학점을 잘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아이들에게는 설명해야 한 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대학은 우리의 취업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왜냐하면, 이미 스펙 위주의 실력쌓기로 치중된 대학생들의 정신속에는 취업이란 것은 존재 하기 때문에 대학까지 나서서 학생들의 머릿속에 취업이란 단어를 되새김질을 하는 행위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라리 지금의 대학은 교양과목과 철학과목을 기본 소양으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니 개설이라도 해달란 말이다.
교양은 외국어 과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교양은 40명만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300명의 학생들이 철학을 공부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공대생은 공대생끼리 인문대생은 인문대생끼리 공부 하는 행태도 없어져야 한다. 만약 이런게 정말 더럽고 아니 꼬우면 나야 말로 정말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고 외국에서 대학을 다녔어야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인으로서 대학을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곳의 대학에서, 스스로, 대학이 해주지 않았던 공부를 다른 사람들과 해보고자 노력했다. 공대생인 나는, 그리고 1학년대표였던 나는 왜 예술대, 인문대, 사범대 친구들이 더 많았을까. 내 인맥을 위해서? 솔직히 지금 모두와 연락을 하며 지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난 그들을 인맥을 위해서 만났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당시 그냥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그들"이라 하면 나와는 다른 전공이지만 나와 같이 우리사회를 이끌어가야할 다른 시각들, 두뇌들, 그리고 손발들을 말한다. 세상은 나와 같은 부류의 공대생들로만 돌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그때 만났던 친구들의 대부분은 지금도 학교에서 우연히 날 볼때마다 기억해 주곤 한다.
이렇게 까지 말해버린 나 이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야한다. 취업...이란 인생 수단에 대해서 말이다.

취업은 하면된다.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못한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우리는 정말 일자리가 없어서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눈높이가 높아서 안보이는 것일까. 물론 취업도 안한(못한) 대학의 애송이 4학년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내 스펙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들(시민기자,블로깅,학사모니터), 재미있어서 했던 봉사활동(CCAP, 대통령영어봉사활동), 그리고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과감하게 자퇴하고 갔던 미국 유학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3년을 미국에서 보낸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스펙이 준비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사람들이 실제로 '부러워하는지'는 모르겠다, 더군다나 체육대회때 십자인대와 바꾼 군면제 타이틀까지... 나는 완전 죽일놈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형은 군대를 안갔으니깐 그렇지'라는, 쥘 수 없는 칼로 찌르듯한 말은 평생 뽑을 수 없이 깊게 내 무릎에 박혀 있다.)
이러한 내 '취업에 필요한 자질(?)'은 대학이 내게 하라고 강요 한 것이 아니다. 일러 준 것도 아니다. 설마 내가 천재이거나 잘나서 그럴리도 전혀 만무하다. 단순히, 나는 1,2 학년때 내 눈을 학과가 아닌 학교 전체에 두고 하나씩 활동 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이고, 나 같은 군대 면제자는 신의 축복을 받아 1~4학년 쉼없이 학교만 다녀봐서 모르겠지만, 결국 공대생 다들 그럿듯, 나 또한 3,4학년때야 비로써 전공공부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취업을 할 것이다. 22세기에 맞는 일을하는 상상하며 말이다.

나는 취업과 관련해서 나의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는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따로 카테고리로도 만들어 놓았을 만큼 나는 학과에 대학 애정을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뭣하러 여동생까지 같은학교 같은 학과에 데려와서 같이 공부하겠는가. 당신은 이 사실을 알리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학과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깅을 통해서는 잘 전달 되지 않는다. 직접 만나서 해야지. 010 - 9644 - 39..ㅋㅋ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내가 이 글을 처음에 우리 학과 1학년 친구들 몇명 데리고 멘토링을 한답시고 시작해서 이렇게 흘려온 이유는,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다른 대학 새내기들)에게도 멘토링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기도 하고, 혹시나 나의 생각이 비 현실적임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말했던 대학의 철학과 교양과목에 대한 이야기랄지, 취업에 관한 이야기)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어렸을 적(대학1,2학년)에 하던 블로깅은 너무 허접했다. 그냥 여기저기서 주어 들을 이야기들을 끄적여 놓고, '방문자 수가 늘어났나', '어떤 특이한 검색어로 내 블로그에 사람들이 유입되나'에 좋다고 웃었지만, 지금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고 있으며, 나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는 지적 교류에 굶주려 있다. 책만 보는 것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매체를 이용해 나의 철학과 타인의 철학을 비교도 해보고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사실 이 글은 우리학과 1,2학년 학생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글이다. 선배로서 항상 해주고 싶단 이야기가 많다고만 하였지, 3,4학년이란 핑계로 실제 얼굴 보며 이야기 할 시간도 없어서 미안했다. 지금이야 멘토링이라는 제도에 묶여 이렇게 하는 것이 없지않아 있지만은, 내가 대학이란 보금자리에서 성장 할 수 있었던 나의 노하우들을 조금씩이나마 나의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대학은 나에게 정말 좋은 시간이다. 집에서는 게으른 나도 대학에 오면 바빠진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과는 별로 뉘앙스도 안 맞는 말이겠지??) 결코 바쁜척을 하는것은 아니다. 나는 정말 이제 남은 1년을 가치있게 쓰고 싶기 때문에 바쁘다. 내 스스로 취업 준비도 잘 해야 한다. 전공 공부만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내가 기업이든 사회든 필요 있는 곳에 쓰여질 자질을 책과 사람을 통해 익히고 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사실 이 시점에 나에게도 멘토는 필요하단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1학년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앞으로 남은 그들의 3년 10개월을, 나중에 자신들의 후배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조금은 딱딱해져버린 결말. 하지만 사실 이게 나의 이날 태주,종민,범준이와 나눈 멘토링의 전부였다.

1학년 애들 몇명 모와서 밥사주고 내가 했던 대학생활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

나는 밥 한번 사주고 이날 오후, 풀코스로 학교 중앙도서관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서 같이 정기간행물실에서 잡지를 읽으며 결국 오후 5시가 될 즈음에 헤어졌지만, 이날 하루 정말 행복했다.

다음에는 어디서 만나지? 전주대라면 범준이가 또 눈치 줄텐데 말이야...ㅋㅋㅋ

본문 수정 1차 - 2010.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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