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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정말 억울 할 때가 많이 있다.

아니, 많다.

  • 분명 어제 늦게까지숙제를 열심히 했는데 집에 놓고온거 선생님이 안 믿어 줄때.
  • 방금 한 사람이 내린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면서 코를 막을 때.
  • 체육대회때 축구하다 십자인대 다쳐 못간 군대, 돈으로 뺀줄 알 때?
  • (뭐, 이정도만 쓰자. 억울한 일은 아직 많으니깐)

아니면,






더욱 억울 한건?!

우리는 이런 억울함을 전부 호소 하진 못하며 살고 있다. '호소하다'라는 뉘앙스가 다소 "나도 당했으니 누군가도 당해봐야 해!"라고 들릴진 모르겠지만 아니다. 집에 있는 의자를 때려 부수고 강아지를 발로 차란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가끔 억울한 일이 일어나면 누군가 내 기분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혼자 저녁에 맥주 5캔을 마시는 일이 없지.......(그랬어??)

현실에서, 특히, 대학을 다니다 보면 더욱 억울한 일이 있을 것이다.

중간 고사(혹은 기말고사)를 열심히 준비해서(공부해서) 갔는데 정작 시험시간에 감독이 소홀해서 자유분방한(!) 시험 시간이 되어버렸을때와 같은 때 말이다.
(아니면, 맥주 다섯 캔 마시고 뻗어 다음날 시험 망쳤을때?)

필자는 현실에서 대학을 다니는 지라, 말못하고 끙끙 속앓이를 해야 하는 시간이 시험기간에 항상 있다.
무슨 말인지는 쉽게 이해 하리라 생각된다. 굳이 어떤 행동이라 "꼭" 집어서 말하기는 싫다. 그리고 항상 "그 것"이 행동으로 비춰지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방법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2009학년도 2학기 특정 수업 중 계산이 필요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럼 당연히 시험 시간에도 계산을 풀어야 할 일이 생긴다.
그럼 시험시간에 계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참고로 필자는 공 대 생이다.)


첫째, 천재니깐 모든지 암산한다. (당신이라면 존경)
둘째, 천재가 아니라면 계산기를 사용한다.
셋째, 아니면, 계산기를 살돈은 아까우니깐 휴대전화 계산기를 이용한다.
넷째, 그런데도 휴대전화 계산기는 번거로우니깐 카메라 기능을 이용한다.
다섯째, 보통 휴대전화는 문자 기능도 되니깐 친구들에게도 20원씩 투자한다.

많은 사람들이 등록금 때문인지 여윳돈이 없었나 보다. 공과대학에 입학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대부분 휴대전화를 계산기처럼(?) 사용하고 교수님께서도 그런 방식을 용납해주셨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교수님께 억울한 마음에, "교수님 요즘 휴대전화는 생각보다 기능이 좋은데...."라고 말을 꺼냈지만, 교수님은 지방대학교 학생들의 성적 걱정을 해주시는 전임교수님이시다.ㅠ 아, 어쩔꺼야 인플레이션...)

필자는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시험기간마다 오는 딜레마 때문에 가끔 그냥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시험 본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지성인으로서 지킬건 지켜왔다. (그래서 내 성적표엔 모든 알파벳을 다 모왔다^^ A-Z ㅋㅋ)
지성인이란 단어까지 운운하며 혼자 똑똑한척 했지만, 영어로 "Easy come, easy go"라는 명언을 우리말로 이해할 정도의 실력 밖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말은 정말 믿고 있다.
(만약, 내가 공부를 잘해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 따위를 신경 안써도 될 만하면 억울한 일도 없겠지, 나만 잘나면 되니깐. 하지만, 난 진짜 멍청하다.)


오늘! 중간고사 첫 날, 여태 나의 시험 때마다 반복되는 억울함을 오늘 확 풀어 주신 교수님이 계셨다.

전주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의 이강인 교수

원래 우리과 전담 <품질경영> 교수님이 계시지만 올해 안식년이시기 때문에, 같은 전공이신 이강인 교수님께서 우리 학과 4학년을 가르쳐 주신다. 그 분의 중간고사가 오늘이었다.

시험에는 주관식과 객관식에 풀이문제가 있었다. 있다고 시험보기 전에 알려 주셨었다. (그럼 준비를 했었어야겠지?)

시험시간 15분이 흘렀을까. 아마 모두들 객관식 20문제를 먼저 풀고 있는듯 했다. 조용히 연필 깍여가는 소리만 들리는데,
교수님이 대뜸 말씀하신다.

"객관식도 있는 시험이니깐 휴대전화 계산기는 안됩니다."

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당연하지만도 모순적인 말인가.

사실, "객관식도 있는 시험이니깐 휴대전화 계산기가 안되는"게 아니다. 교수님의 원래 의도는, "어떤 시험에서라도 휴대전화 계산기는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씀해주시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한번 언급했지만, 필자는 공대를 다닌다. 그 말은 아무리 못해도 1학년 때 대학수학을 들으면서 계산기 쓸 일은 한번 쯤은 있다는 것이다. 그래, 비록 나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녀 그래픽 계산기(1,2,3차 방정식 따위를 그릴 수도 있는 계산기)를 가지고 물건너 돌아와서 쓴다지만, 학교 문구점에만 가도 공학용 계산기는 최하 만원부터, 아니 그 이하부터라도 구매 가능합니다.

나는 오늘 교수님께 죄송했다. 1시간 반동안 끝까지 시험지 안내고 문제 풀어서 서 계시던교수님 다리에 쥐났을까 죄송했고, 시험 끝나고도 가시려는 교수님잡고 레포트 관련 질문해서 죄송했고, 무엇보다도, 저런 말씀을 교수님께서 하셨어야 된데서 너무 죄송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너무 기뻣다.






























내돈 90달러 들여 장만한 계산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게.



(아! 내일은 그 전임강사 시험인데, 그냥 나도 휴대전화 계산기 쓸까? ^^ 아니면 뭐 아이팟에도 계산기 있으니깐...ㅋㅋㅋ 어차피 교수님은 뭘 쓰고 싶다고 말씀 드려도 된다 하실테니깐^^)

참고 - 내일 시험 과목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경제성공학"이다.
그러므로 난, 내가 사랑하는 과목에게 부끄러운짓을 할 수 없다.
(아, 또 D+ 하나 더 뜨는 건가....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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