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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풍갈꺼니깐 이쁘게 꾸며요"


"그랴, 알았어이 내새끼"



지난 어버이날, 친가 식구들끼리 모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는 집에 내려오는데 문뜩 '할머니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너무 쓸쓸하신거 같아 보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일 큰 손자인 내가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껴졌다.

5월을 보니 석가탄신일이 21일(금)이고 휴일이다. 이날 친가 식구 네 가족이 모여서 '소풍을 가는게 어떨까'하고 기획에 보았다.

2주 전부터 미리 고모 둘과 작은 아빠 가족에 연락을 취했는데 약속 날짜가 나가오자 다들 사정 때문에 같이 가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 가족만 할머니를 모시고 소풍을 가게 되었다.


전주에서 임실 가는길.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도착 할 수 있는 곳.

사실 소풍으로 그냥 가까운 전주 동물원 정도를 계획하고 있었다. 사람들 많이 보고 하면 할머니의 우울한 기분이 풀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마음의 병은 다름아닌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으로 소풍 장소를 정했다.


"고귀하신 임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서 호국원에 안치되셨다.
2008년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렇게 할아버지는 이 곳에 묻히신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여러번 다녀왔다 갔지만 매번 올때마다 항상 새로운 심정이다.


"어디였드라?"

묘지를 가면 항상 햇갈리는게 있다.
바로 고인의 묘가 어디있는지 한번에 찾질 못하는 것이다...-_ - (자손 맞냐..)

이게 참, 매년 갈때마다 늘어나는 묘역과 묘비들로 단번에 찾기란 쉬울일이 아니다.
물론 묘번이 있긴 하지만 우리은행 통장번호도 못 외우는 내가 할아버지 묘지번호를 외울거란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도 구역은 기억하기 때문에 몇 번의 "할아버지 어딨어~?"를 외치고 나면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너무 밑으로 내려가서 찾느라 못 찾고, 바로 윗 묘역에서 찾던 아버지가 할아버지 묘를 찾으셨다.

할머니는 무릎이 앞으시다며 한번에 찾으시길 원하셨는데 역시 아들이 해낸 것이다..ㅋㅋ


"아버지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할아버지를 찾고 나서 일단 자리를 펴고 앉는다.
그리고 싸간 음식도 내놓고 할머니와 부모님은 조그마한 추도예배를 하신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몇 몇 가족들도 와서 각자의 방법으로 먼저 가신 임들과 소통을 하고 계신다.


날씨가 더워 계속 묘비 앞에 있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싸간 음식도 먹고 싶었다.
한쪽에 마련된 피크닉 시설에서 밥을 먹고 낮잠을 한 두어시간 잤다. ㅋㅋ

일어나 보니 네시다.
동생은 나 자는 동안 엄마차 가지고 호국원 주차장에서 운전 연습을 했다고 한다.

나는 여기저기 개미에게 물린 자국과 햇볕에 생긴 알러지들에 몸을 박박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 오는 길은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고 돌아오고, 전주에 도착해서는 할머니를 익산댁에 모셔다 드리기 위해서 또 내가 달린다.

할머니의 적적함을 좀 달래 드리기 위한 소풍이었는데 차 타고 드라이브하다가 끝난 그런 소풍 같았다.

요즘들어 특히 더 건강이 편치않으신 할머니를 뵈자 살아 계실 때 저 자주 뵙고 놀아 들여야 겠다고 생각된다.

-석가탄신 휴일을 맞이한 조촐한 가족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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