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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의 매주 수요일은 각종 특강이 열리는 바쁜 하루다.
이번주는 공과대학에서 열리는 특강만 해도 학과 특강 포함해서 듣고 싶은 것이 두 개나 있었다.

몇일 전, 학교를 거닐다 포스트를 하나 발견했다.

소통과 나눔의 인문학

기간: 2010년 5월 10일 ~ 28일
주관: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후원: 전주대학교

주제: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

특강1
초청강사: 홍세화(언론인, 작가)
일      시: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오후 4시 전주대학교 소망홀
강연제목: 디지털 시대, 인문학에 길을 묻다

특강2
초청강사: 이인화(교수, 작가)
일      시: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오후 4시 전주대학교 JJ아트홀
강연제목: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산업

특강3
초청강사: 진중권(문화비평가)
일      시: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오후 4시 전주대학교 JJ아트홀
강연제목: 디지털 시대와 인문학

공대생이지만 항상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던 찰나 이 특강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수요일이 되어, 학과 조교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공 특강을 버린체 난 그렇게 외도를 실행하였다.


"일본어문학 학생들 앞으로 나와서 바닥에 앉으세요!"

이번학기에 <일본문화산책>이란 과목을 듣기 때문에 인문대학 조교 선생님들을 몇 분 기억하고 있는데, 친숙한 분들이 지도를 하고 계신다. 이 특강은 인문대학 특강이라서 당연히 인문대학 학생들이 98.15%를 차지 하고 있는 듯 했다. 다들 어울러져 이야기도 하고 웃고 떠드는데 혼자 들어 가려니 조금 주눅 든다. 근데 어쩌겠는가. 그냥 인문대 복학생인척 하면 되지.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오신 분들도 꽤 되는 듯 하고 아는 얼굴도 몇 몇 있어 이질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특강을 듣고 싶은 태도로 보면 인문대 학생들이 봐도 난 그냥 인문대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곧 특강이 시작된다.


"여러분들을 위해 어려운 길을 달려 오신 분이십니다."

오후 4시 4분 정도가 되자 강대상에 사회자가 올라오신다. 난 인문대학 소속이 아니라 사회자가 누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개를 안하시니 알 길 없음) 인문대학의 행정실 실장님 정도로 뵈이는 분께서 오늘 행사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

난 팜플렛도 받아보지 않고 이름만 보고 왔다면, 오늘 특강의 발표자를 아릿다운 여성언론인으로 착각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행히(?) 특강 시작 직전 받은 팜플렛을 보고는 설레이던 가슴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용히 노트를 꺼낼 수 있었다.

노인 한 분이 앞으로 나가신다.

아리따운 존함의 선생님^^ 홍세화 선생님


"저는 오늘 여러분들께 사람에 대해서 말하려 합니다."

특강을 하시며 선생님께서는 '책을 많이 읽어라'라는 말씀을 몇 번 했을지 모를 정도로 말씀하셨다.
인문학이 무슨 학문인가. 사람을 배우는 학문이다. 그럼 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게 가장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 방법이다.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사람과 사람을 지식이란 고리로 연결해 준다. 그게 만화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작가와 독자는 그렇게 하나가 되어 서로, 적어도 독자는 작가에 대해서 알아 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이 무엇인가. 사람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공부한다"란 말은 인구 60억 지구란 별에서 쉬운 말이 아니므로 우리는 그 '사람'을 국가, 민족, 지역별로 나누어서 배우는 것이다.
오늘날 인문학은 다양한 사람들이 속해 있는 문화, 사회, 정치등을 배우는 것보다 '언어'만을 배우는데 치우쳐 졌다.)

내가 하는 생각이 누구에 의한 생각인지 생각해 보랬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생각을 가지고 있나? 아니다.
지금 우리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분명 사람, 책, 대화(토론), 경험, 도(!)를 통해 얻을 생각들이다.

그런데 요즘은 집단 지식이라 하여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여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모와 데이터베이스화 까지 시킨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그 그런 예이다.
또 한편으론, 집단 무식이라 하여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 세상에 한탄을 하는 그런 일도 있다. 그리고 그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맛있게 씹은 생각들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게 되겠지.

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책을 많이 풀겠지.
15000원 주고 산 토익문제집도 풀어야 하고, 공무원 시험준비 하느라 산 몇 만원짜리 문제집도 풀어야 하니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은 그 사람이 여태 읽어 온 책"이라고 말씀 하셨다.
나는 결코 문제나 만들어 낼 줄 아는 문제집이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 해보고 싶은 일이 두 가지 있었는데..."

홍세화 선생님은 군사정권 시절에 프랑스 파리로 망명을 하셨던 분이랜다. 물론 본인이 서스럼없이 말씀 해주신게 아니라
발표가 다 끝나자 사회자 분이 올라와, 학생들 대표로 질문해서 그에 대한 답변을 해 주신 것이다.
선생님은 조국이 너무 돌아 오고 싶으셔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에 언제쯤 다시 돌아 갈 수 있을지 문의 했지만, 국정원에서는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을 내세웠고, 공소시효가 십여년 이상 훨씬 지난 지나 2002년에 조국으로 돌아 오셨단다.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시며 지낼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하셨겠지만, 한국에 돌아온 선생님은 그래서 인지 "출퇴근 생활"과 "한국 땅을 많이 걷고 싶다"고 하셨다. 먼 이국땅에서 힘든 생활을 하신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나도 미국 유학시절 집이 넉넉치 못해 3년동안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공부 했던 것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보내신 우리의 멘토였다.


"대학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1학기 중간고사 이후 일탈이 없었고 시간만 지나가던 차, 공대가 아닌 곳에서 길을 찾았다.
앞으로 두 번의 특강이 더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의 특강은 '한번 정도 뵙고 싶었던' 진중권 언론비평가가 와서 특강을 한다니 벌써 부터 설렌다.

혼자 공대로 돌아 오는 동안 쓸쓸함과 왠지 모를 희열이 교차된다.
여태 나의 "생각"대로 잘 살아온 인생이고, 내 설계대로 잘 행해온 대학생활이 이제 얼마 남지 않다고 생각하니 쓸쓸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너무 기뻣다.

다음 번 특강은 어떤 재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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