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학문

[과학] 원을 못 그리는 사람들

22세기 2008. 6. 4. 12:59
사람의 정신이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와 같은 것이 아닐까? 광각렌즈 같은 것으로 세상을 보면 사소한 것들이 잘 보이지를 않고, 하나의 피사체를 향해서 초점을 좁혀가다 보면 전체의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스윙이란 그저 원을 그리는 일일 뿐인데, 사람들은 원을 잘 그리지 못한다. 원을 잘 그려보라고 하면, 어떻게 그리느냐고 묻는다. 손으로 원을 못 그린다는 말일까? 붓을 손에 쥐어주면 그릴 수 있는데, 골프채를 주면 못 그린다는 얘긴가?

천천히는 그리는데 빨리는 못 그린다는 얘길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자기는 그리느라 그리고 있는데 원이 잘 그려지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면서 봐달라고 한다. 도대체 자기가 그리는 원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런 사람에게 집게 손가락을 들고 눈을 감고 원을 그려보라고 한다. 온 신경을 손가락 끝으로 모으고 타원도 그려보라고 하고, 정원도 그려보고 찌그러진 원을 그려보라고도 한다. 잘 그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보지도 않고, 모든 형태의 원을 생생히 느낀다는 것이다. 비슷한 실험을 펜을 들고 해봐도 잘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프채를 들고 해봐도 너무도 분명하게, 자신이 그리는 원의 형태를 알아차린다.
 
자신이 하고 있는 원 그리기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관심이 원 그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에게 마음을 빼앗겼거나 아니면 몸의 특정한 부분의 운동에 정신을 팔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초보 운전자들을 보면 차선을 벗어날까 두려워서 바로 앞에 있는 차선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차가 왼쪽차선으로 조금이라도 붙으면 얼른 오른 쪽으로, 오른 쪽으로 붙으면 다시 왼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게다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느라 앞차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면, 얼른 브레이크를 밟고 멀어지면 쫓아가기 바쁘다. 그러니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너무 정신이 없다.
 
초보자들의 스윙이 그러하다. 공이 아니라 내가 그릴 원과 그 원의 연장선상에 있을 목표지점을 넓게 보면서 휘두르면 공이 잘 맞아 줄 텐데, 그저 온 관심을 공에만 두고 정신을 온통 몸의 세세한 움직임에 한정시킴으로 해서 자기 자신도 보는 사람도 불안한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이 날아갈 방향은 결국 궤도가 결정하는 것이다. 궤도가 안정되면 공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단순한 이치를 바로 앞의 차를 바라보느라 잊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든 공을 맞추기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원이 찌그러지고 있는지 궤도를 깨고 있는 지 알 수가 없게 만들고, 멀리 보내고자 하는 욕심도 궤도에 대한 관심을 잊게 하고,긴장과 두려움 또한 원 그리기를 송두리째 잊게 한다.
 
멀리 목표를 보면서 그 방향으로 팔과 샤프트가 얇고 반반한 원을 날렵하게 그리는 것, 그것에 온 신경을 모으고 집중하다 보면 공은 저절로 맞아주는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