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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일어나서 마셔본 오전 8시 공기였을까?

개운하게 목욕재개를 한 후 아침식사를 한다. 이 또 한 얼마만에 먹어본 8시 20분 아침이란 말인가...집을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2000원을 충전했다. 이로써 버스를 잘 못 타는 병신짓을 할 수 없다. 겸허한 마음으로 토익 시험장에 가렸는데, 왜 8시 40분 385번 버스는 오질 않아 내 입에서 한 숨 나오게 하는 걸까. (8시 40분에 전주대를 출발해서 5~7분 정도 걸려 이동교를 잽싸게 통과해야할 버스는 전주시청 홈페이지에서 말한 대로 오진 않았다.)

옛다 모르겠다 암거나 이제 타자.

그러고 올라탄 165번. 이동교 정류장에 보이는 몇몇 대학생들이 타길래 분위기에 쏠려 탔다.

 

'어래? 165번에 사람이 많네?'

 '어래? 승협이 형이네?ㅋ'

' 형 미국간거 아니였어요? '

' 아 그래요? '

' 오! 그렇구나. '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형을 당혹스럽게 해드렸다. ^ ^

 

그리고 생각했다. 진작 누군가 나에게 '165번 버스가 "완산여고"까지 직통으로 갑니다'라고 말 해주었다면 385번 버스 아저씨는 귀가 가렵지 않으셨을 거다. 그리고 나도 2대나 이미 지나간 165번 버스를 멍청하게 보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건 분명 승협형을 만나게 해주려는 신의 계획(design)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3.75초 정도 해본다.

 


203회 토익은 괜찮았다. 완산중학교 시설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맨 앞자리에 앉은 나에게는 바로 앞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서라운딩 시스템에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어제 생각없이 귀를 파버린게 부담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듣기는 만점을 안 맞고 못 베길 정도로 잘 들렸다. ^ ^

나 LC 듣기 다 듣고 있을 때, 사람들은 꽤나 전략적인 자세로 시험에 임했다. 한 3분 정도 part 1 지문을 듣고 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감독선생님도 이 정도는 센스로 너그럽게 봐주시는데 나도 part5 10문제정돈 미리 풀걸...'

part1.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나무도 길 양쪽에 심어져있고, 남자가 일하려고 트럭에서 짐도 꺼내고, 액자도 벽에 걸려 있고,, 뭐 그래 사람들이 살아 가는 모습이다... 앗, 너무 그림 보는 재미에 빠졌네.

part2...단답형 문제는 항상 싸가지가 없게 대답해서 싫다.

part3.....내가 좋아하는 파트. 문제가 3개씩은 딸려 나와줘야 안 졸리고 집중해서 풀 수 있다.

part4.......이쯤 되면 "number xx to xx, listen to the following speak and choose the right answers in your answer sheet" 이라고 성우도 따라해 본다. 에헴.

 

이렇게 한 대충 45분 동안 듣기를 마치니 귀가 멍멍하다.

중앙방송으로, "리스닝 컨프뤼헨션이 끝났습니다. 파트5를 시작해 주십시오"라고 상냥하지만 감기 때문에 삑사리난 여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듣기 시간 동안 꺼져있던 중앙난방 시스템에 "띠리링"하며 리모콘도 필요 없이 전원이 공급되었다. 아싸, 춥진 않겠네.

 

'근데 자면 X되는 거다.'

 

언제나 나에게 쥐약을 선사 하는 기분이 드는 R/C 시험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번 시험에서 너무 part7 마지막 10문제에서 15분 쓴다고 마킹 시간 5분 남은 줄도 모르고 그때부터 마킹 시작한 그때 그 느낌이 바로 쥐약을 받는 기분이었지...(신: '근데 충열아 너 쥐약 맛은 어떻게 아는 거니?')

part5는 빨리 푼다. 근데 꼭 실수를 한다. 아 실수 안 하려면 천천히 해야 되는 거야?

part6. 여긴 언제나 좋은 점수를 맞는다. 왜? 12문제 밖에 안되잖아.

part7. 자 이제 시작이다. 근데 초반에는 별 부담이 없다. 왜냐하면 지문 하나에 두서문제 나오는건 그냥 문제먼저 읽고 지문에서 답을 찾아도 거뜬하게 풀어 나갈 수 있다. 여기서는 토익 part7의 공식이 적용된다. 1문제를 1분으로. 즉, 지문하나에 2~3문제 있는 녀석들은 2~3분내에 지문읽고 문제풀기. 하지만 지문에서 시간좀 벌면, 3대가 편안하지.

근데 다행이도 이번 회차 토익 part7에서는 이메일 내용이 좀 많았다. 남의 이메일 열어 보는거 같아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이거 안 읽으면 토익하고 인연을 못 끊기에 계속 읽는다.

이번에는 '꼭 15분 남기고 마킹 시작하리.'라고 마음속으로 새기며 계속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을 재는데 이미 60분이 지나 전자시계의 계기판이 00:14초에 돌입했다. 아, 15분 남았네...마킹하자.

남들보다 조금...흠,,, 조금 먼저 무사히(?) 마킹을 시도했다.

저번 시험에 마킹을 한 번에 밀려 하다가 큰일 날 뻔한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20문제 씩 풀면서 마킹을 하려 해봤는데,,, 그건 화장실 가서 변 누고 오줌싸고 변 누고 오줌싸고를 반복 하는 일만큼 고되고 힘든 일 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경험으로 배우는 거야 충열아.

마킹은 한번에 몰아서 하지'

 

숫자 옆에 별표 지긋하게 그려뒀던 문제들중 신경쓰이는 몇개의 답을 고쳤다. 아 이놈의 지우개, 모서리가 너무 뭉퉁해서 멍청하게 답안 서너개를 같이 지워버렸네...쳇.

예쁘게 답안지에 어머니에게 빌려온 마스카라로 마킹을 다시 한다.(마스카라는 농담)

시험이 끝났다는 종이 들린다. 감기 걸리신 여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이번엔 쉰 목소리로 나온다. '휴, 선생님 쉬세요.'

내 뒤에 여자분 아직 마킹 덜 끝났다. 그런데 이 시험장은 뒤에서 한 사람이 시험지랑 답안지를 같이 걷는 모양이다. 여자분 그래도 다행이 얼마 안되서 바로 마킹 마무리 한다.

 

'쥐약 먹는 느낌 알겠죠?

아드레날린이 폭분("폭포수처럼 분비"의 줄임말) 하죠?'

 

친구들과 복도에서 조우했다.

어제 밤새 늦게 까지 과제(?)를 하다 오신 친구분들은 주무셨댄다.

'괜찮아, 토익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없어지는 시험이 아냐^ ^'라고 말해 줄려다가 말았다.

친구들은 차를타고 가고 나는 걸어 간다.

 

 

요즘 한창 "이민우 열애중"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을 장식하는 민우가 운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민우야 진짜 열애중?ㅋ축하해'

 

다들 집에 돌아 간다. 난 '이 기분으로 집에 못 가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대로 2000원밖에 충전안해온 카드에 절반이나 되는 금액을 시내가는데 올인해버렸다. 그리고 교보문고에 갔다. 신 4권을 샀다. 그리고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집을 다 모아야지~'라는 심산으로 이것저것, "나무", "뇌", "타나토노트", "신(5권)", "신(6권)"까지 들어봤다가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는데...... '아참, 책은 kg으로 안 팔지'라고 생각했다.

지하에 가서 공학 공부를 하려고 "알기쉬운 기구학"이라는 책도 샀다. 근데 개뿔,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책을 낸 기구학 저자는 이 지구상에 단 한명도 없단 말인가...라고 생각했지만, '꼬우면 니가 쓰던가?'라고 말할 것 같은 작가의 얼굴을 회상하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스타렉스....아니 핫트렉스에 가서 이것저것 또 고른다. 주요 타겟은 볼펜과 노트. 사재기만 졸라 해댄다. 충동구매를 자제해야 된다.

'아냐, 요즘 책도 많이 읽으니깐, 이제 책을 쓰기 위해서 노트랑 펜을 사야겠어'라고 생각하며 노트 코너를 지나가는데, 우리 학과 유명한 커플(?)인 지혜와 백훈이를 만난다. 얘네들은 주말에만 만나면서 핫트랙스와서 3M 포스트잇 고르는데 10분동안 서있는다.^ ^

그래도 예쁘게 연애하는 동생들을 보니 부럽다...ㅠ

애들하고 인사하고 또 둘러 보다가 한 번 더 만났다. 이제 슬슬 '더 보면 뻘줌 하겠지?'라고 생각되서 일부러 쐐기를 박는다.

 

"나중에 또 보자~"

(얘들아 미안, 그,,그럴려고 한게 아니라 데이트 방해 하는거 같아서...-ㅁ -ㅋ)

 

밖에 나왔는데, 온통 커플이다. 아,, 젠장 할.

집에 바로 가려는데 출출하네? 흠,,, 예전부터 한쪽 구석에 있는

틈새라면(이름이 "틈새라면") 가보고 싶었는데, 옛다 모르겠다. 들어가자.

 

 


주문하려는데 메뉴는 안보이고 무슨 환장할 포스트잇만 즐비해있다...포스트잇 더미에 깔려있던 메뉴를 발견했는데, 이건 또 왠걸.

온통 약자다..-_ -;

아주머니가 계신 주방으로 다가갔다..

"저,,,저 메뉴가 ..."

("이상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흠,, "매운거 주세요"라고 했다.)

3천원이였다. 내 돈 주고 3천원짜리 라면 사먹어보기 처음이다.

평소에도 라면을 잘 안 먹다가, 어쩌다 우연히 엄마가 암웨이 라면 박스라도 들고 오면 그냥 하루에 7개 정도 끓여 먹어, '몸에 안좋은 건 빨리 없애는게 좋아'라는 철학으로 살지만, 3천원 짜리 라면...첫 경험을 했다.

 


아주머니가 라면을 가져다 주신다. 내가 주문한 라면의 이름은 모른다. 왜냐하면 난 이름따위로 사물을 기억하려는 습관 따위는 초등학교 2학년때 선생님께 마대자루로 발바닥을 맞으며 잊었기 때문이다. '난 저 선생님 이름으로 안 기억 할꺼야,...ㅠ'라는 식의 초등학교 2학년의 논리!

아무튼 라면은 좀 매웠다. 편의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 틈새라면보단 덜 매웠지만 , 아무튼 다 먹고 후후 거리다가 포스트잇 몇장이 강풍에 날아갈 정도였으니...마지막 남은 단무지로 센스있게 열을 식혀 준다.

나오면서 "잘먹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나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까지 듣는다. 아주머니 방금 나간 커플은 인사 없이 가니 아무말도 안하셨다. 역시 사람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사를 할 줄 아는 동물인거 같다. 뿌듯했다. 또 갈께요.

 

아직도 입안은 얼얼하다. 하지만 지갑에 남은 잔돈은 2천원.

1천원은 버스비. 1천원으로 뭘 할까...라고 생각하다가. 혹시 동생이 늦게 일어나서 점심을 먹을지도 모르니깐, 아주 착한 오빠로서 라면을 사다줄까? 라고 생각했지만 흑심은, '야, 내가 라면 샀으니깐, 너가 끓여'라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를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집에 갔는데 동생이 없다. 이미 익산에 갔다고 한다.

신라면2개 샀는데, 아싸 신란다~ 남이 죽여 나온 오크전사에서 나온 징갑 내가 획득한 기분이다. 아무튼 이제 슬슬 어떻게 한 시간 전에 컴퓨터에 앉아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는지 적으며 오늘의 일기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엄마가 아침부터 이상했다. 감기 증상이 심하다.

난, 엄마에게서 살살 뒷걸음질을 하며,,,"열 은 없 지 ?"라고 불효자 노릇은 한다. 엄마가 예전에 내가 감기 걸렸을때 먹다 남은 약이 남았다고 가져다 달라신다. 물은 꼭 전자렌지에 데워서 따뜻한 물을 마시고 싶으시단다.

정수기도 고장나고 냉장고에 찬 물밖에 없어서, '아, 전자렌지 귀찮은데..그냥 내가 머금고 있다가 따듯해지면 뱉어 드릴까?'라고 2.4초 생각했지만, 젠장. 우리집은 부모님이 거실에서 생활하시는데 거실 바로 옆에가 주방이다. 안되겠어. 그냥 사실직고하고 맹물을 드려야겠어.


"엄마 미안. 전자렌지 쓸때마다 코드 꼽기 귀찮아."

 

아빠는 무슨 2006년 월드컵 이경규가 간다에서 방송하는거 보면서 감동을 하신다. '봐봐, 우리가 승부차기때 계속 왼쪽으로만 차서 이긴다니깐...'이란식의 감동 말이다.

 

난 내 방으로 들어온다. 옷을 탈착하고 컴퓨터를 켠다.

오늘 사온 책과 학용품을 확인한다. 잊어 버린 녀석들 없다.

 

갑자기 무지 긴 일기가 쓰고 싶어 진다.

싸이월드에 글을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여기 까지 나의 개인적인 일기를 읽은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줄 알고, 댓글도 하나 기대하겠다만, 아무튼 내가 쓸 그 읽기를 읽고 싶다면, 스크롤은 맨 위로 올리길 바란다.

 

충열이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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